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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져드는 일

작은 잔의 매력.

300ml 이상의 머그 겸용을 찾던 때가 무색하게 작은 잔에 빠졌다. 에스프레소를 뽑아 마시기도, 차를 따르듯 조금씩 식혀가며 마시기도 한다.

 

최근에 호가나스의 70년대 에스프레소 잔을 구입했다. 하얀 러플이 들어간 베이지 빛 스톤웨어로, '마틸다'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졌다. 본래는 호가나스의 심플한 빈티지 육각 머그를 고민하고 있었다. 짙은 갈색의 머그가 블랙 커피 인생에 얼마나 풍요로운 즐거움을 줄까 가늠하던 차에(게다가 이미 갈빛의 잔을 갖고 있었다) 이 잔이 튀어나왔다. 여러 종류의 도자기를 만들어 팔던(아쉽게도 취향은 아니었지만) 어떤 사람이 내놓은 빈티지 수집품 중 하나였는데, '작은 잔은 접시 하나에 빵과 함께 올려놓기 딱 좋지' 생각하며 어느새 머그는 잊어버리고 결제를 마쳤다. 인간이란 소비할 이유를 찾을 때 제법 치열해진다.

 

 

토마스 스칸딕은 작년에 춘천에 있는 어느 레코드샵에서 샀다. 빈티지 레코드를 멋드러지게 전시해놓고 판매하는 가게인데 주인이 유럽으로 바잉하러 다녀올 때마다 곁들여 들여온 빈티지 소품도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턴테이블에는 '오늘의 추천 앨범'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거대한 기계 옆에 놓인 이 작고 매끄럽고 아름다운 잔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가격이 제법 나갔으나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곧바로 사고 말았다. 그리고 기회를 지나치지 않은 것을 꾸준히 칭찬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빈티지 온라인 스토어 중에 이 패턴의 토마스 잔을 들여온 곳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빈티지를 수집하다 보면 가끔 느끼는 뿌듯한 감정이다. 레코드샵에서는 두 조를 갖고 있었는데, 나는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한 조씩 구입하는 터라 나머지 한 조가 여전히 가게에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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