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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져드는 일

Chilly Chili Night.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마구 두드리며 쏟아져서, 설레어 듣던 음악도 잠시 끄고 빗소리를 만끽하고 있다.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 바람도 간간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멋진 밤이다.

저녁에는 칠리크랩 소스로 칠리새우를 만들어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싱가포르에서 먹은 점보씨푸드의 칠리크랩이 매우 취향이라 소스팩을 사왔는데, 집에서 게를 튀기기는 힘들어 새우를 튀겼다. 사실 새우를 기름에 집어넣은 순간부터 감바스를 향한 욕구가 솟아 중도 하차하고 와인이나 딸까 하는 충동이 일었지만 꾹 참고 해먹은 보람이 크다. 달걀은 설명서대로 두 알, 잘 풀어서 저어주었고 새우는 식감이 어떨지 몰라서 반은 껍질을 벗겼고 반은 그대로 튀겼다. 볶음밥도 곁들여 남은 소스를 듬뿍 얹어 비벼 먹으니 싱가포르가 부럽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도곡동에 점보씨푸드 1호점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소스팩이 있기에 아직 크게 욕심은 안 나지만 반갑습니다 정말로.

조금 전까지 듣던 노래는 옛날 고현정의 복귀작이었던 드라마 '봄날'의 수록곡이다. 곡명도 똑같은 '봄날'. 계기도 없이 문득 이 노래가 떠올라서, 늘어져 있다 벌떡 일어나 앉아 이름을 찾아 뒤졌다. 엔딩에서나 결정적인 씬이 나올 때마다 음악이 깔렸는데 스토리는 다 잊혔고 멜로디만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음악의 위대함이란.

https://youtu.be/CSwZchDwLhM 

+ 복귀작인지 확신이 안 서서 찾는 도중에 여주인공 배역을 원래 최지우가 맡기로 했었다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하지만 무슨 사정으로 고사하고 고현정이 들어가 그녀의 복귀작이 되었는데 드라마는 히트를 쳤네. 인생은 정말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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