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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져드는 일

Chilly Chili Night.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마구 두드리며 쏟아져서, 설레어 듣던 음악도 잠시 끄고 빗소리를 만끽하고 있다.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 바람도 간간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멋진 밤이다. 저녁에는 칠리크랩 소스로 칠리새우를 만들어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싱가포르에서 먹은 점보씨푸드의 칠리크랩이 매우 취향이라 소스팩을 사왔는데, 집에서 게를 튀기기는 힘들어 새우를 튀겼다. 사실 새우를 기름에 집어넣은 순간부터 감바스를 향한 욕구가 솟아 중도 하차하고 와인이나 딸까 하는 충동이 일었지만 꾹 참고 해먹은 보람이 크다. 달걀은 설명서대로 두 알, 잘 풀어서 저어주었고 새우는 식감이 어떨지 몰라서 반은 껍질을 벗겼고 반은 그대로 튀겼다. 볶음밥도 곁들여 남은 소스를 듬뿍 .. 더보기
작은 잔의 매력. 300ml 이상의 머그 겸용을 찾던 때가 무색하게 작은 잔에 빠졌다. 에스프레소를 뽑아 마시기도, 차를 따르듯 조금씩 식혀가며 마시기도 한다. 최근에 호가나스의 70년대 에스프레소 잔을 구입했다. 하얀 러플이 들어간 베이지 빛 스톤웨어로, '마틸다'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졌다. 본래는 호가나스의 심플한 빈티지 육각 머그를 고민하고 있었다. 짙은 갈색의 머그가 블랙 커피 인생에 얼마나 풍요로운 즐거움을 줄까 가늠하던 차에(게다가 이미 갈빛의 잔을 갖고 있었다) 이 잔이 튀어나왔다. 여러 종류의 도자기를 만들어 팔던(아쉽게도 취향은 아니었지만) 어떤 사람이 내놓은 빈티지 수집품 중 하나였는데, '작은 잔은 접시 하나에 빵과 함께 올려놓기 딱 좋지' 생각하며 어느새 머그는 잊어버리고 결제를 마쳤다. 인간이란 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