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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하는 일

다정.

 

 

바쁘고 지치는 하루를 보내는 중에도 다정을 속삭이면, 오히려 그 말을 하는 순간 스스로도 힘을 얻는 기분이 든다. 바쁘다는 말에 모든 감정을 기대어 놓지 말아야지. / 오늘 아침의 꿈은 생생하다. 파리의 쇼핑몰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사진집을 파는 팝업 스토어를 발견했다. 매대 뒤에는 한 멤버가 후드를 쓴 채, 일반 판매원인 척 앉아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고 우와, 우와 최대한 숨을 죽이며 작게 감탄하다 마찬가지로 이 가수를 좋아하는 주변 지인들이 떠올라, 사진집을 몇 권 집어들고 이만큼 살 테니 앞장에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흔쾌히 사인해줬고(사인의 모양은 크기가 다른 토네이도 세 개였다) 함께 사진도 찍어줄 수 있다고 해서 신나게 사진도 찍었다. 갑자기 다른 멤버가 나타나서는 자기가 잘 찍을 수 있다며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온갖 포즈를 요구하며 사진을 찍어줬다. / 뜬금없이 이런 꿈은 왜 꾸는 걸까. 나름 즐거웠다만. / 며칠 전에는 이런 꿈도 있었지. 가족들과 외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는데, 계속 노선도를 보고 고민하며 "첼시 대학교를 통과해야 하는데 가본 적이 없으니. 캠퍼스 안에서 헤매고 싶지는 않단 말이지."를 반복했다. 눈을 뜨자마자 첼시 대학교가 정말 있긴 한 거야? 하는 마음에 찾아보았더니 런던에 첼시 예술 대학교가 있었다. / 꿈이란 정말 모를 일이다. 고양이만큼이나 이해하려 들면 안 되는. / 내일부터 며칠 동안 지방에 내려가 있는다. 그리고 오늘 윌북에서 나온 『작은 아씨들』을 주문했다. 968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완역본이다. 과연 내일 오전에 받아서 갖고 내려갈 수 있을지, 두근거린다. 영화도 기대하고 있는데. / 어렸을 때 읽었던 책에 사실 뒷 이야기가 더 있었다는 점이란 너무나 짜릿하지 않은가. 그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나 혼자 완역본을 읽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만큼이나. 뒷 이야기가 있었어? 그래! 그때 혼자서 읽은 완역본은 펄 벅의 『대지』였다. 모두가 삼대의 이야기를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 CAVALLINI에서 만든 빈티지 만년 달력의 톱니를 돌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선인장과 다육 식물이 그려진 아름다운 벽걸이 달력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gif파일을 만들어 봤다. / 내 손으로 유일하게 키우는 식물인 작은 선인장은 반 년이 넘도록 모형임을 의심받았으나, 거실 햇빛 아래로 자리를 옮겨주었더니 지금까지 못 자란 한을 풀 듯 보송보송한 흰 털을 비치며 솟아나기 시작했다. 콘헤드가 되고 있다. 미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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